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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웨스트 월드> 시즌 1,2가 묻는 두 개의 질문시네마 리뷰 2023. 2. 23. 16:36
각본: 리사 조이, 조나단 놀란(영화 '인셉션', '덩케르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동생. 리사 조이와는 부부)
주의! 스포 있음
( )은 캐릭터, 배경, 부연 등 설명입니다
'웨스트 월드' 시즌 2가 6월 종료했다. HBO는 시즌3 제작을 확정했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인간이 창조해낸 로봇과 인간의 충돌과 대결이다. 지금까지 여러 영화, SF소설, 드라마 등에서 인간 vs. 로봇 구조는 숱하게 많았다. 그 속에서 '웨스트 월드'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다음 두 개의 질문의 답에서 그 매력을 찾아보려 합니다.
1) 왜 로봇은 자신을 창조한 인간에 맞서며,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2)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정수'와 '수정'이란 가상의 인물 간의 대화로 풀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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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웨스트 월드’ 시즌 2의 마지막 회인 열 번째 에피소드가 끝난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수정과 정수
정수 아 재밌다~ 근데 시즌2는 정말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 되어 있어. 버나드의 헝클어진 기억들처럼. 작가는 왜 그랬을까?
수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약간 끄덕인 후 맥주캔을 들이키고 나서
수정 시즌1에서의 미로처럼. 작가는 관객들도 그런 경험을 느끼길 바랬을지도
정수는 일어나 냉장고로 가서 맥주 2캔을 가져온다. 그 사이 수정은 리모콘 off를 누른다.
정수 (캔을 따서 수정에게 주며) 돌로레스는 과연 성공할까?
수정 (휴지로 캔을 닦아 정수에게 준다) 쉽지 않겠지. 그래서 시즌3가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도 되네.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래도 웨스트 월드만의 결이 있으니 기대가 더 커.
정수 결? 무슨 결?
정수 남은 한 캔을 따서 휴지로 닦은 후 수정에게 준다. 수정은 한 모금 하고는 뭔가 음미하는 듯 눈을 지그시 뜨고는 정수를 바라본다.
수정 인간에 대한 관점이랄까? 돌로레스는 왜 자신을 창조한 인간을 공격할까?
정수 아놀드가 자신이 만든 로봇이 스스로를 인식한다는 걸 알게 된 게 변곡점이지 않았을까?
수정 포드 대사 중에 아놀드는 돌로레스를 죽음으로부터 고통 받지 않을 새로운 자식으로 여겼다고 했지. 실제 아놀드는 어린 아들 찰리를 잃었고
정수 맞아. 그럼 돌로레스도 자신을 로봇이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수정 인간 그 이상이라 생각할지도
정수 그래서 인간을 공격한다?
수정이 맥주를 한 모금 하자, 정수는 쥐포를 뜯어 수정 입에 넣어준다.
(돌로레스가 파티장을 보고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수정 정수야 그 장면 기억나? 돌로레스가 실제 야경을 보고는 아름다워하며 감탄하던 거?
정수 응, 기억나. 그 파티장에서.
수정 자신 보다 못한 인간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못마땅하지 않았을까?
정수 음... 근데 그럴만한 계기가 없었는데?
수정 계기... 보다는 돌로레스는 진짜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었던거 같아. 하지만 인간이 로봇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걸 돌로레스는 아는거고
정수 돌로레스는 웨스트 월드에서 인간이 한 짓을 겪어 봤으니까
수정 그것도 30년 넘게. 인간에 대해 알 만큼 아니 이길 자신도 있겠지
정수 그래도 잘 납득이 안 돼. 인간이 저지른 짓에 대한 복수심으로 만으로는
수정 복수심에 더해 일종에 실망? 나를 만든 창조주에 대한 실망이 큰 원동력이 된 거 같아
정수 포드가 말했지. 자유를 얻고자 하려면 그 전에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동기가 무엇인지를 말야. 그 질문에 버나드는 ‘호스트’라고 답했지.
수정 돌로레스에게도 아마 ‘호스트’일거야. 하지만 호스트를 위한 방법이 서로 다른 거겠지. 그녀는 로봇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거 같아. 직접 본 세상도 너무 아름다웠고
정수 대체 불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위 정수의 대사는 실제로는 돌로레스가 한 말이다. 게스트 인간들의 데이터를 모아 놓은 ‘제련소’로 간 돌로레스와 버나드. 돌로레스는 아놀드가 마련한 새로운 세상 또한 거짓된 약속, 다른 새장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버나드는 돌로레스에게 왜 그렇게 진짜 세상으로 가려고 하냐고 묻자, “대체 불가하니까”라고 돌로레스가 답한다)
(돌로레스와 그의 무리들. 출처: 구글 이미지) 수정 인간 너희들이 만든 우리 로봇은 인간 보다 강하고 아름답고 영원하지. 근데 인간은 그냥 욕정과 욕망을 위해 우리 로봇을 망쳐 놓고 있어. 내가 본 실제 세상, 너무 아름다웠고 감동이었지. 그 아름다운 세상도 인간이 지배한다는 데, 너네들 우리 로봇에게 한 것처럼 실제 세상을 망쳐 놓고 있지 않을까?라고 돌로레스는 생각했을 거 같아.
정수 “폭력적인 쾌락은 폭력으로 끝날 것이다” 아놀드 죽기 전 마지막에 남긴 말이지
수정 방금 본 마지막 편에서 버나드가 "인간이 모든 걸 통제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이라고 하자 포드 박사가 말했지. "승객일 뿐이라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정수 돌로레스는 적어도 아놀드에 대해선 반감은 없잖아?
수정 존경심도 좀 있고 사랑도 있어 보이긴 한데. 난 아놀드가 마지막엔 비겁하다고 생각했어
정수 왜?
수정 자신의 세운 로봇 탈출 계획이 탄로날 까봐 죽음을 택하잖아. 근데 왜 돌로레스가 총을 쏘게 프로그램 하냐고? 딸 같다며. 이해가 안 가.
수정 그 지점이 시즌 3에 나오지 않을까? 아놀드 같은 사람을 만나고, 거기서 균열이 생기고…고민하고 갈등하게 되는 돌로레스…
정수 근데 정말 실제 세상의 추악하고 더러운 면을 보게 되더라도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할까?
수정 (웃으며) 아마도…후회하겠지?
둘은 낄낄대며 건배를 하고는 맥주를 길게 들이킨다.
정수 아~ 시원하다!
정수 오다리? 아…맞다!
수정 야! 내 오다리 당장 내놔~
정수 오다리? (정수의 손이 수정의 다리로 향하자)
수정 Freeze all motor functions
순간 정수는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로 정지한다.
(수정의 영어 대사는 드라마 속에서 인간이 로봇의 동작만을 정지시킬 때 사용하는 명령어이다)
수정 손 원위치. 너한텐 왜 맥주엔 오다리라는 프로그램이 입력이 안 될까?
정수 (손을 거두며) 입력이 됐으면 제가 사람이겠습니까? 로봇이죠 히히
(돌로레스가 버나드에게 fidelity test 하는 장면, 출처: 구글 이미지) 수정 시즌2 6편이었나? 돌로레스가 버나드를 대상으로 한 fidelity test 장면은 정말 소름과 반전이었어
정수 맞아. 근데 수정아, 윌리엄은 정말 로봇이었을까?
수정 그런 거 같아. 시즌2 자막이 다 올라간 후 마블 영화처럼 짤막한 에피소드를 보면. 뭐 그 이전에도 의심스런 행동과 기억을 하곤 했으니까
수정 지문, 홍채, 걸음걸이 같은 생체인식도 동일인으로 나올까?
정수 인간을 알 수만 있다면, 그 행동은 뻔하다는 말에 반박하기 쉽진 않았어. 조금은 섬뜩하기도 했고
정수 그렇게 인간은 단순한가?
수정 그건 좀 슬프게 들린다.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자유의지 같은 인간의 정신적 영역은 글쎄…단순하진 않겠지?...우주에서 가장 난해하고 아름다운 힘이라고 포드도 말했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수정 포드 박사는 자유의지를 실수라고 했지. 근데 난 그 실수가 우연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을 거 같아.
정수 우연? 혹시 프로그램 버그인가?
수정 그럴 수도 있겠다. 버그. 또는 돌연변이. 일종의 진화론적으로도 해석이 될 거 같아.
정수 결국 자유의지는 로봇이 인간을 예측하는데 실패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기준선에 해당하는 건가? 자유의지는 예측 불가능한가?
수정 내가 보기에 결론은 그게 맞는 거 같아. 하지만 호스트도 자유의지를 가진 거 같아. 돌로레스, 메이 그리고 버나드의 선택을 보면. 그 선택 또한 프로그램인지는… 글쎄 모르겠다.
(돌로레스는 아놀드가 만들어 놓은 호스트의 데이터만이 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 가길 거부하고 인간 실제 세상으로 가는 것을 선택한다. 메이는 딸을 잃은 후 상실감과 죄책감에 자살을 선택한다. 호스트로 홀로 남게 된 버나드는 자신이 죽인 돌로레스를 부활시키는 선택을 한다. 그런데 버나드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I have to make a choice)’라고 말한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포드와 버나드. 출처: 구글 이미지) 정수 결국 기준선 통과는 못 하겠지? 호스트도 자유의지를 가졌다면 말야. 사람과 로봇이 가진 자유의지가 매번 동일하다면 모를까. 각자의 선택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수정 사람과 로봇이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 받겠지
정수와 수정 남은 맥주를 다 마신 후 주섬주섬 주변을 정리한다.
긴 호흡의 드라마다 보니 큰 줄기 외에 여러 줄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이를 잘 엮어서 마무리 짓는 것이 참 어려운데 ‘웨스트 월드’는 영리하게 잘 해낸다. 인디언 ‘아키치타’ 이야기도 좋았고, 포드의 사연과 여러 대사들도 인상적이었다. 테디에서 시작해 윌리엄으로 다시 테디로 이어지는 돌로레스의 러브 스토리도 빼 놓을 수 없다. 악당 윌리엄의 사연까지도.
정수가 말했듯이 시즌 2는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작가의 고통이 꽤 컸을 것 같다. 예전에 감독님 한 분이 그러셨다. “작가가 괴로울수록, 관객은 재밌어한다”고.‘웨스트 월드’ 시즌2까지는 영화 ‘엑스 마키나’와 기본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이 유사하다. ‘웨스트 월드’에서는 로봇이 인식을 가지고 자유의지를 가졌는지에 대한 부분이 많이 할당 되어 있을 뿐. 결말은 두 편 모두 실제 인간 세계에 로봇이 발을 디디며 끝난다.
‘웨스트 월드’ 시즌3는 그래서 기대된다. 돌로레스와 버나드는 아이러니 하게도 대립 구조에 있다. 돌로레스는 "내가 인간이었다면 널(버나드) 죽게 뒀겠지. 하지만 우린 같이 가야해. 친구가 아니어도." 말한다. 인간과 확실히 선을 그은 돌로레스, 세상을 로봇이 차지하도록 하려는 그녀. 죽음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그녀는 그리고 로봇은 자신들의 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01) 시즌3에서 영화 ‘아일랜드’처럼 죽은 호스트의 실제 모델 인간이 나와 호스트와 대립한다거나, 영화 ‘매트릭스’처럼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등의 익히 보아온 설정은 안 나와주길...
02) 포드 박사 꼭 나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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