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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 혼돈이 나를 주시한다시네마 리뷰 2023. 2. 23. 16:25
각본, 감독 김성수
영화가 만들어낸 허구 속에서 통쾌함, 신선한 즐거움이나 감동, 또는 어떤 교훈 등을 기대한다면, 아수라는 실망이다. 반면, 허구일지라도 그 안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핍진화)하여 현실의 어떤 날것들을 마주하길 기대한다면, 아수라는 수작이다.(출처: 다음 영화) 리얼리티가 극대화 될수록 관객은 피곤해진다. 감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마치 실제 겪은 것처럼 신체적으로도 지친다. 아수라의 촬영(특히 앵글)은 관객의 시선과 유사하여 마치 직접 겪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동조되어 함께 힘들어져 간다. 최근 작품으로는 영화 '레버넌트'(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촬영 앵글로 지치게 했다.
촬영 앵글은 아니지만영화 '조디악'(감독: 데이비드핀처)을 보고 나서도 유사한 피곤함이 엄습했는데, 연쇄살인범 추적과정이 주는 그 지리멸렬함에 지치고 지치다가, 또 결말의 허무함에 결국 나도 쓰러지고 만다.
아수라에는 두 가지의 리얼리티가 있어 보인다. 하나는 폭력 씬을 멋짐이 아닌마치 관객이 몸소 느끼도록 연출 한 것, 두 번째는 현재의 권력 모습과 결말의 투영이다. 혹자는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진화(?)하는 권력의 비리, 부패, 대형사고와 그 처리모습들 속에도 개연성은 없어 보인다.
첫 번째인 폭력의 리얼리티에서 아수라는 레버넌트와 조디악과 닮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방향을 튼다. 주인공인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자신의 개가 되라고 강요하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과 검사 김차인(곽도언) 둘이서로 직접 맞붙게 하고 자신은 그 아수라 같은 바구니에서 나오려고 한다.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유리컵자해부터 시작되는 시퀀스)에 난 솔직히 박수를 보냈다. (물론 그 결말은 안 좋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속으로 정말 잘되길 바랬다.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가!
(출처: 다음 영화) 이 지점에서 우리가익히 봐온 영화 스타일이라면, 한도경은 친동생처럼 여기는 그러나 박성배라는 악의 구렁텅이에 처 넣어몹시 미안한 문선모(주지훈)를 설득하여 같이 도망가 살아남고, 박성배와 김차인 무리들은 장례식장에서 서로 싸우다 모두 처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는 한도경이 회복된 아내와 함께 푸켓에 가고, 문선모도 원래의 천진하고순수한 모습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이 보여질 것이다. 그러면 관객들도 그 결말에 만족할 것이고 평점도 높아질것이다. (영화 '트루 로맨스'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같은류의 영화가 이런 통쾌함을 준다)
아수라는 하지만 ‘이게 리얼리티다’라고 외친다. '나만 죽을 순 없다'라는 심리, 궁지에 몰렸을 때, 동료애 따위는 없고 나만 살기 위해 비굴, 비열해 지고 배신과 복수를 연기자들의 에너지로 담아낸다. 대사와 음악을 최소화 한채로. (솔직히, 문선모를 실수로 죽인 후 한도경이 바로 박성배에게 복수하러 가기 보다는, 아내와멀리 가는 선택지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싸움 장면의 카메라앵글은 감독 인터뷰대로 마치 관객도 때리고 맞는 느낌이 오도록 잡아낸다. 몹시도 불쾌할 정도로.
두 번째 리얼리티는 현재 우리나라 권력 현주소다. 국민을 위한다지만 실상은 자기 이윤을 추구하는 현실의 몇몇 권력자들은 안남시를 부자 동네로 만들겠다는 박성배에게 닿아있다. 박성배는 영화 아수라에서 권력의 꼭지점에 있다. 검사 김차인은 형사 한도경의 위의 위에 있는 사람이지만, 박성배는 김차인 검사의 위의 윗사람(차장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박성배 욕망에 비례하여 점점 아수라 판이 되어 간다. 그가 판을 세게 흔들면 흔들 수록, 검사도 형사도 뒷돈 대는 사람도측근들도 점점 더 아수라 판 속으로 다 함께 빨려 들어간다. 서로의욕망은 화장실 수챗구멍에 엉켜서 매달린 머리카락처럼 도저히 풀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혼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니체)라고 했다. 엉킨 욕망의 혼돈 속에서 정신 차리고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점점 그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기에 영화 아수라 결말에서는 권력의 꼭지점인 박성배도 예외없이 한도경의 총에 쓰러진다.
영화 아수라는 폭력의 리얼리티와 현실의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의 의도는 달성했다고 보인다. 그 점은 그러나 한계로도 보인다. 감독의 의도에 반대는 할 수 있어도, 다른해석과 감정을 가지기가 어렵다. 논설문처럼 감독의 의도가 주입되는 느낌이 든다. 아름답지만은 않은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라도 해석과 감정의 다양성을 주는 영화는 존재한다. 최근에 본 ‘트루스’와‘스파이 브릿지’가 그랬다.
영화 아수라는 주인공 한도경이 맞고 쓰러지는 고통을 강하게 느끼게는 해 주나, 한도경의 심리와 양가적 감정은 약하게 느끼게해 준 점은 아쉽다(상업영화에서 이런 모습을 바라는 것이 모순일지도 모르지만).
상업영화 특히 기획영화의 문법에서 벗어난 작품으로 주목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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