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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루스(Truth)>가 주는 메세지시네마 리뷰 2023. 2. 23. 16:20
(출처: 다음 영화) 각본: James Vanderbilt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조디악, 등)
감독: James Vanderbilt
영화 트루스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견지망월(見指忘月). 조지 부시의 4년 연임을 결정하는 선거를 얼마 앞 둔 날, 미국 대통령인 조지 부시의 군복무 당시 특혜 비리가 보도된다. 조지 부시는 베트남 전쟁 당시 서류에는 비행사로 군복무 하게 되어 있으나, 1년간 훈련을 하지 않았고 정치 활동을 해도 제재가 없었다는 의혹을 CBS 방송국 시사 프로그램 ‘60분’ 에서 보도한다. 하지만 보도의 출처인 군대 내부 메모가 위조되었고, 증인들도 말을 바꾸는 등 허위보도라는 공세에 몰리게 된다. 의혹 당사자 조지 부시와 백악관 측은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경쟁 방송국에서는 연일 허위 보도에 초점을 맞춰 ‘60분’팀 PD인 메리(케이트 블란쳇)와 CBS 간판 앵커 댄(로버트 레드포드)을 거짓말 언론인으로 몰아간다.
본질은 대통령 조지 부시가 가문의 후광으로 받은 군복무 특혜를 파헤쳐야 함에도, 군복무 특혜를 가리키는 손가락(증거의 조작여부)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경쟁 방송사와 권력층은 메리를 포함한 ’60분’ 팀원들과 댄을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로 몰아간다. 전과자라던가, 직업이 없다느니, 이혼을 했다느니,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증언과 그들이 제시한 증거가 거짓이라고 단정한다. 일단 바람을 잡기 시작하면, 어느 새 의혹이 재기된 진실은 구겨진 빈 종이컵처럼 누구도 주목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의혹이 제기되고 진실에 접근할 수록 기득권 세력은 권력 남용을 자제하게 되나, 그 반대일 경우에는 권력은 횡포로 이어지며 주요한 사회적 자본인 신뢰, 배려, 양보와 희생은 고갈되고 상식은 무너지게 된다.
영화에서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 마련이니까.신자유주의 확산과 함께 권력형 비리가 늘어만 간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란 것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민주주의 근간인 삼권분리가 흔들리기까지 했다.
최장 백악관 출입기자인 ‘헬렌 토마스’는 자신의 은퇴사에서 “질문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다가는 민주주의는 역사 속 단어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출처: 다음 영화) 다시 영화로 가 보자. 바로 주인공 메리와 아버지와의 대화 씬이다. 메리는 어릴 적 아버지 폭력에 시달렸었다. 자신보다 훨씬 힘이 세고 믿었던 아버지로부터의 폭력 앞에서 어린 나이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서는 메리와 댄을 무정부주의자처럼 묘사한다. 그로인해 댄의 방송 하차가 굳혀질게 두려워진 메리는 인생에서 지우고 싶을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다. “부탁이에요, 그만 하세요!”. 그리곤 무너지고 만다. 진실을 밝히려는 그녀의 열망을 위해 끝까지 지켜온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진실을 지키려는 메리의 모습은 아직도 깊은 인상으로 남겨져 있다.
결국 내부 조사 위원회가 열리는데, 실은 이것도 CBS가 회사의 명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메리와 ‘60분’ 팀 그리고 댄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그들을 회사 밖으로 내치는 것이 결정된 상태에서 명분(CBS는 문제가 없고, 몇몇 기자들이 거짓말 한 것일 뿐)을 쌓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에, 메리는 당신네들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그 군대 내부 메모가 진실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말한다. 30년도 지난 그 당시 군대 내부 상황과 관련자 이름과 그들간의 관계, 당시 군대에서 쓰는 은어들, 이런 자세한 것들을 다 알고 있어야 그런 메모를 지어낼 수 있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조사위원회 누구도 메리의 이 주장에 반박하지 못한다. 그러고 보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달 사이의 거리는 어쩌면 한 뼘 차이 밖에 안 될지도 모르겠다.참고로, 트루스는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언론사 이야기라는 이유로 종종 같이 거론되곤 하는데, 내 생각에 서로 결이 다른 영화다. 두 영화 모두 기득권 세력의 비리를 언론이 파헤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진실을 파헤치는 그 과정과 가톨릭의 치부를 들춰내고야 마는 통쾌한 결론에 있지만(마치 스릴러 같이 누가 범인인지 밝히는), 트루스는 진실을 파헤치다가 벽에 부딪혀 좌절하지만 끝까지 언론인으로 또 팀웍과 동료애를 지키는 그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영화 모두 실제 사건을 영화화 한 것이지만 다른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부조사 위원회에서 할 말 다한 메리에게 그녀의 변호사는 메리에게 “I believe you”라고 말한다(변호사를 처음 만난 메리는 ‘나를 믿는냐?’고 묻지만, 변호사는 답하지 않았다). 메리는 자신의 행동이 옳았고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음을 표정으로 말한다(케이프 블란쳇의 명연기 다시 확인).우리도 과거 어느 시간에는 언론에서 말 하는 뉴스를 모두 믿었던 적이 있었다. 다시 그런 시간이 오길 바란다.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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