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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 올해의 스릴러시네마 리뷰 2023. 2. 23. 16:48
각본: 아나쉬 차간티, 세브 오해니언
감독: 아나쉬 차간티
스포 있음
오랜만 이었다. 실종 되었던 마고(미셸 라)가 꼭 살아 돌아오길 바라며 아빠인 데이빗(존 조)을 몹시 응원하며 영화를 본 게. 그렇다 영화에 감정이입 되어 버려 극 중간에 실종 된 마고의 삼촌인 피터(조셉 리)를 범인으로 오해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쓰레기네’라고 하질 않나, 마지막에 실제 범인이 밝혀졌을 땐 그녀의 이기심에 몸서리치면서도 ‘범인에게 일어난 일이 내게 일어나면 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 그렇게 영화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영화 ‘서치’.
(출처: 다음 영화) 몰입에 한 몫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SNS가 하고 있다. FB, Ig, YouTube, Live show 등 우리에게 친숙한 화면들이 나오고 실제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우린 때론 솔직하게 내 속 마음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인 자신 또는 타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온라인 속에는 그래서 진실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러한 속성을 영화는 적절히 잘 녹인다. 사건의 중요 단서가 제공되고, 데이빗이 딸 마고의 실제 모습을 알아 가기도 하지만, 세상 가장 나쁜 아빠로 만들어진 데이빗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야기 흐름 또한 매우 빨라 자칫 한정된 공간 위주로 촬영한 데서 올 수 있는 지루함을 없앨 수 있었다. 100분이란 러닝타임에서 극 흐름 전환점을 7개나 두어 빠른 속도감을 보인다.
이야기 첫 시퀀스는 데이빗과 아내 파멜라(사라 손) 그리고 3살 딸 마고가 각자의 윈도우 개정을 만드는 장면을 시작으로 16살이 된 마고와 데이빗의 영상 통화로 마무리된다. 무려 14년 동안의 가족사를 단 7-8분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사실 시나리오 작법 기본은 대사를 줄이고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임에도, 인상적이란 알맞지 않은 단어를 쓴 것은 요즘 영화에선 설명을 주로 대사로 많이 하기 때문이다).
(영화 시작 장면. 출처: 구글 이미지) 그 후, 데이빗이 마고의 친구들과 통화하면서 마고의 목요일 행적을 찾다가 결국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가출로 가닥을 잡던 사건이 납치로 바뀌고, 마고의 차량이 발견되나 마고는 아직 생사불명이고, 그 와중에 데이빗을 다루는 온라인 속을 보여주다가 급기야 데이빗의 폭행으로 수사에서 배제되고, 동생인 피터를 오해하는 중에 가짜 범인이 나타나 사건이 종결되는가 싶더니만 데이빗이 진짜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 전체 윤곽이 밝혀지면서, 아빠의 “유턴!”으로 딸 마고는 살아 돌아오고야 만다.
이야기 흐름이 시간 순서상으로 전개되면서도 구성과 얼개가 잘 짜여 있다. 특히, 극 초중반 여러 복선과 단서들을 보여주면서 이후 그것들을 모두 수습해 가는 과정이 마치 스릴러 교본인 듯 좋았다. 아니 배우고 싶었고 부러웠다.
담당형사인 빅은 데이빗과의 영상 통화에서 자신의 아들이 일곱 살 때 이웃집을 돌며 가짜로 경찰 가족을 위한 모금을 한 것을 털어 놓는다. 빅은 그러면서 데이빗에게 (뻔뻔스럽지만 사실인)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고 통화를 끊으려고 하자, 데이빗은 묻는다. “그다음에 어떻게 했어요?”. “진짜 모금이라고 둘러댔죠”, 빅의 대답이었다. 이 씬은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버벌킨트(케빈 스페이시),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가 경찰에게 진술하는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데이빗과 형사 빅. 화면 보는 이는 감독인 차간티. 출처: 다음 영화) 영화적 상상력은 단지 사건의 발단과 동기 정도일 뿐, 그 외 대부분은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접하거나 뉴스로 알고 있는 소재와 단편들로 짜여 있다.
카메라 또한 시종일관 배우를 직접 찍지 않고 중간에 모니터 화면을 두고 있다. 문자나 SNS 기록이 보일 때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을 비추고 범인을 취조할 때 조차도 TV 화면과 CCTV 화면으로 말이다. 이는 우리가 평소 사건 사고 뉴스를 TV 모니터로 보고, 온라인 화면에서 마우스 화살표를 따라 시선이 움직이는 관객의 실제 시선이기도 하다.
영화와 똑같은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핍진성을 보인 영화 ‘서치’. 보고 난 후, 저렇게 타인의 이메일부터 SNS 계정이 뚫리는 것이 가능한가 싶었는데, 감독 차간티는 어릴 적 실리콘벨리 IT 기업에 다닌 아버지의 동료인 한국계 미국인 IT전문가들과 자주 접했다고 한다(씨네 21 ‘<서치>가 서스펜스 연출하는 방식’ 기사 중에서). 아마 이 과정에서 알게 되지 않았을까? 솔직히 아주 허황되지도 않았다
(친한척 연기하는 마고 친구들. 출처: 구글 이미지) 영화는 감성적인 묘사에서도 매우 섬세하고 현실적이었고, 시작과 종료를 관통하고 있다.
극 초반, 메시지로 아빠 데이빗이 생물학 스터디 가야 한다는 딸 마고에게 ‘자랑스럽다’라고 한 후 ‘엄마도 그럴 거야(Mom would be too)’란 메시지를 쓰다가 지운다. 마고가 실종된 이후 점차 마고를 알아가게 되면서 시간이 지나면 다 잘 되겠지 하며 내버려 둔 딸 마고가 얼마나 외로웠고, 그랬던 자신의 모습에 데이빗은 괴로워한다. 실제 혈연관계에서의 상실감은 경험하지 않고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여서 그 호칭조차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다는 걸 작가와 감독은 알고 있는 듯하다.
데이빗은 아내와 어릴 적 딸이 김치 검보를 만드는 영상을 보고 난 후에 ‘서치’되지 못하게 설정해 둔다. 아내 파멜라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이제부터 딸 마고를 찾아야 하는데 불쑥 ‘서치’되어 자신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아픔 속에서도 스스로 다지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출처: 다음 영화) 행복하고 웃음 많던 가족이 윈도우 로그인으로 시작된 영화는 아내이자 엄마의 상실감을 이제는 품을 수 있게 된 그래서 ‘엄마도 그럴 거야’ 메시지를 마고에게 보낸 데이빗과,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신뢰하게 된 마고와 데이빗의 사진이 바탕화면인 윈도우 종료를 마지막 씬으로 영화는 끝난다. 마고가 살아있다는 확신을 한 데이빗의 “유턴!”은 그래서 말 그대로 과거로 돌아가는 유턴이 아닌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유턴일 것이다.
마고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린 아들. 그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며 게다가 미성년자이다. 아들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어머니는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이기적이며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내가 만약 그 어머니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경찰에 바로 신고했을까? 아니면 영화처럼 은폐하려고 했을까? 대답은 쉬울지 몰라도 정말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빅은 데이빗과 영상 통화 중에 중간중간 눈시울이 촉촉한 모습을 보인다. 중간 정도에서는 아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그녀의 눈물이 물론 은폐를 위한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그녀 또한 평안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주인공과 대치되는 악역을 덮어 놓고 악역을 시키지는 않는 것 또한 영화의 매력이다.
단단한 이야기 구성, 진정성 있는 감정과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언제나 영화 보는 행복을 준다. 화려한 CG와 수려한 볼거리, 헐리웃 스타가 없더라도 말이다.
작년에 스릴러 작품으로 영화 ‘겟 아웃’이 놀라게 하더니, 올 해는 아직까진 단연 ‘서치’이다.
감독과 작가 모두 이번이 첫 번째 상업 장편 영화라니! 다음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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