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리뷰

영화 <폴아웃(fall out)> 사람과 기계 사이 그 어디쯤

오피스아웃 2023. 2. 23. 16:29

각본,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Christopher McQuarrie)

 

‘그래 이런 영화가 텐트폴이지’. 만 천원 관람비와 147분이 아깝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 전이나 후에 각본가와 감독의 필모를 보는데, 맥쿼리 감독은 반전 영화의 대명사인 ‘유주얼 서스펙트’ 각본가였다. 그 후 각본 또는 감독으로 톰 크루즈와 여러 편 같이 했다고 나온다. 작전명 발키리(각본), 잭 리처, 엣지 오브 투모로우(각본), 로그네이션 그리고 폴아웃

 

(출처: 다음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보는 관객의 기대 중 하나는 톰 크루즈의 ‘액션’일 것이다. 이번엔 얼마나 위험한 액션을 ‘직접’해 내어 보일까? 그 기대에 톰 크루즈는 항상 부응해 주었다. “맨몸 액션이 주는 감동은 다른 어떤 것보다 관객에게 진실하게 다가간다고 생각해요. 관객은 영화를 그냥 보는 게 아니라 함께 느끼거든요.” 이번 방한에서 톰 크루즈가 한 말이다. 그는 촬영현장에 가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고도 했다. 게다가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니 안 좋아할 수가 없다. (플로토늄과 핵폭탄을 막 손으로 만지는 톰을 보며 저래도 건강에 괜찮나?하는 상식 밖의 걱정을 했다)

 

톰 크루즈가 영원히 하고 싶다던 에단 헌트 캐릭터의 매력은 아쉽게도 영화 속 해일로 낙하처럼 추락하는 느낌이다. 이번 폴아웃에서는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에단은 악당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램 된 머신 같다. 잠시 그 프로그램 안으로 ‘사랑과 결혼’(3편)이 들어왔지만 4편부터는 아웃사이드 되어 간다.

 

(출처: 다음 영화)

허리우드 첩보, 스릴러 영화들에 나오는 악당들 중에는 일명 ‘외로운 늑대’가 종종 등장한다. 그런 악당에 맞서는 주인공에게는 단란한 가족이 있고, 자신의 가족과 국민, 국가를 위협하는 악당으로부터 그들을 지켜낸다. 이러한 프레임은 에단에게도 적용되었는데 문제는 지켜낸다라는 의미이다. 영화에서는 와이프를 지켜내는 것이 마치 ‘살아만 있으면 돼’로 여겨져서 불편하다.

에단은 와이프인 줄리아를 살려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부부로 행복할까? 에단은 줄리아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아픈데는 없는지, 외롭지는 않은지 조차 모른다. 심지어 줄리아는 (위장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남자와 결혼(!)까지 했는데도 에단은 몰랐다! 그냥 줄리아가 살아만 있으면 됐고, 난 세상을 구할래 하는 에단. ‘남잔 밖에서 돈 벌어다 주면 됐지!'하는 익숙한 모습이 겹쳐지기까지 한다.

(미션 임파서블 1편 중에서. 출처: 구글 이미지)

미션 시리즈 중에 1편을 가장 좋아한다. 물론 처음이라는 효과도 있겠지만 기대가 큰 만큼 좋았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 미드가 우리나라에서도 방영 되었고 난 열렬히 좋아했다. 영화는 90년대 명감독 중 하나인 ‘브라이언 드 팔마’가 메가폰을 잡아 멋지게 만들어졌다. 좋아하는 이유는 멋진 액션도 있지만, 에단이 겪는 내적 갈등 때문이다. 믿고 따랐던 아버지 같던 팀장과 팀원들의 배신, 하지만 IMF 본부는 홀로 살아남은 에단을 배신자로 여기고 쫓는 상황들. 그 혼란 속에서 불가능한 임무의 완수! 이러한 갈등 상황이 ‘로그네이션’에서 다시 나와 반갑기도 하고 재밌게도 봤지만 1편 정도의 감흥은 아니었다.

 

폴아웃에서 악당 솔로몬 레인은 에단에게 묻는다. “주어진 미션을 단 한번이라도 거절한 적 있니?” 에단은 자신이 해 온 모든 미션이 옳다고 믿었을까? 미션 수행으로 에단은 잃은 게 없는가? 모든 미션은 정당하고 절대적으로 선한가? 등등. 영화 속 미션들을 하고 나면 어느 정도의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은데 에단은 너무나 잘 극복해 버린다. 마치 미드 ‘웨스트 월드’에서 호스트 기억을 지운 것처럼.

 

다음 편에도 물론 세계를 구해야 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에단은 보란 듯이 성공해 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뇌와 의심, 후회 속에서 방황하는 에단이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한다면, 더욱 에단을 응원하고 좋아하게 될 것이다. (다만 흥행에 도움이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부디, 다음 편에는 사람 에단으로 돌아와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