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리뷰

영화 테크놀로지 진화와 한계, 영화 <알리타>

오피스아웃 2023. 2. 24. 10:26

각본: 제임스 카메론, 로버트 로드리게즈, 리타 캘로그리디스, 유키토 키시로(원작자)

감독: 로버트 로그리게즈

 

영화 <알리타>는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각 장르별로 나눠보면, SF면에서는 특수효과만을 두고 볼 때 압도적이라 할 수 있고 거기에 액션 또한 훌륭했으나, 멜로면에서는 식상하고 그래서 충분히 예상 가능하였으며, 코미디 장르까지는 아니어도 종종 넣은 코믹한 요소는 리듬감을 부여하고 분위기를 환기시킨 점(액션 종료 후 코믹함이 이어짐)에서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즉, <알리타>는 서사의 개연성이나 새로움보다는 시각효과에 보다 집중한 점이 도드라진 영화이다. 하지만 시각효과에 집중은 했으되, 기술을 통한 새로움은 부족한 점이 <알리타>의 한계이기도 하다.

 

<알리타>는 일본 만화 <총몽>을 원작으로 영화 <판의 미로>, <세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으로 잘 알려진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임스 카메론에게 이 만화를 영화화하면 좋겠다며 소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영화화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묵혀 두다가, 기술이 발전하여 막상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연출로 인해 <알리타>를 연출할 상황이 안 되었다고 한다.

 

결국 감독은 아시다시피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하게 되었다. 영화 <알리타>는 표면적으로는 로드리게즈 연출 스타일인 과감하고 과장된(특히 낭자한 피) 액션과 무자비함(특히 목이 잘려나가는 숏을 즐겨 사용하는 점)은 역시나 곳곳에 놓여있다. (<알리타>에서 피가 낭자하지는 않다. 이는 다분히 관람 연령층을 내려 더 많은 관람객을 확보하고자 함일 것이다)

잠깐 이야기를 다른 길로 새자면, 로드리게즈 감독의 액션 연출법과 쿠엔틴 타란티노 그것과는 유사하다. 타란티노가 상업 장편 데뷔가 1992년 <저수지의 개들>로 로드리게즈 보다 3년 빨라 어쩌면 타란티노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로드리게즈는 영화학교를 다니긴 했어도 이미 학창 시절 찍은 단편부터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였다. 로드리게즈 장편 데뷔작은 1995년 <데스페라도>인데 여기에 타란티노는 조연으로 출연했고, 이 둘은 <씬 시티(2005)>을 프랭크 밀러와 함께 공동 연출하기도 했다.

(출처: 다음 영화)

다시 돌아와서, <알리타>는 로드리게즈 색채를 띠고 있으면서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을 품고 있다. 더 정확히는 <타이타닉>의 멜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시다시피 구조적 뼈대는 신분 계층을 뛰어넘는 사랑이다. <타이타닉>의 로즈(케이트 윈슬렛)와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알리타>의 알리타(로사 살라자르)는 화성연합국(URM)의 최고 명예 광전사이나 연인인 휴고(키언 존슨)는 고철 세상에서 로봇 부품을 훔쳐 되파는 범죄자이다.

 알리타는 또한 양부모로 고위 신분 집단을 상징하는 제롬에서 살았던 이도(크리스토프 왈츠)와 시렌(제니퍼 코넬리)을 두고 있다.

구조적 뼈대가 동일한 만큼 멜로 내용 또한 <타이타닉>을 답습하고 있다. 마지막에 휴고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까지.
비록 도슨처럼 휴고가 자발적으로 자신을 희생하여 알리타를 구하지는 않는다. 또한 휴고가 알리타를 이용한 건 알리타 자신만 모를 뿐 관객과 다른 모든 캐릭터는 알고 있다. 그런 일면 비열한 휴고가 <타이타닉>의 사랑에 모든 걸 거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도슨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건 분명 무리가 있다. 심지어 휴고는 자신이 팔아넘긴 쇠사슬 무기가 노바의 심복에게 탑재되어 알리타를 산산조각 낸 것을 인지하고도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알리타를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게 하고 사랑에 눈 뜨게 하여 결국 알리타는 자신의 생명의 원천인 심장까지 스스로 꺼내어 이걸 팔자고 제안하기까지 이르게 만든 이는 휴고이다. 추측하건대 <알리타>의 멜로 서사의 큰 흐름은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제임스 카메론의 뜻으로 가되, 휴고 캐릭터를 도슨과 거의 정반대 위치에 두는 걸 지지한 사람은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로드리게즈일 것 같다.

 

알리타 행동은 상당히 인간의 관습을 따르고 있다. 영화에서 URM 설명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왜 화성인인 그녀는 인간의 그것도 10대 소녀의 뇌를 가진 것일까.
알리타라는 캐릭터를 인간 관습 테두리에 가두고 있어서 이 영화는 더욱 식상하게 된다. 알리타 자신을 재탄생하게 만든 이도는 아빠 역할로 머무르는데 그치지 않고 여느 아버지가 자식에게 하는 잔소리를 하고 아버지와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의 관계 클리셰가 초반을 장식한다. 게다가, 이도의 아내인 시렌은 알리타와 어떠한 교감도 형성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 데다, 자신의 딸아이가 입었을(그러니까 입지는 않은) 로봇 슈트가 산산조각 나 이제는 딸아이를 연상시킬 그 어떤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알리타를 위해 희생한다.
이 시렌의 모습은 정말 알리타의 점프 만큼이나 갑작스럽다.

(출처: 다음 영화)

<알리타>를 끌고 가는 서사의 토대는 멜로이다. 그러나 멜로 구조를 <타이타닉>으로부터 가져왔어도 세부 내용에서는 다르게 하려는 노력이 <알리타>에서는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알리타>는 기획 단계부터 이미 특수효과와 액션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짐작하면서도 이런 점을 기대한다는 점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화려하고 최신 기술만을 전시하는 형태의 영화는 식상하다. 그리고 이미 <아바타>에서 우리는 최신 기술의 전시와 서사가 주는 즐거움(물론 <아바타> 서사 또한 신화와 인디언 전설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지만)을 맛보지 않았는가.

 

특수효과 기술 또한 영화적으로 한계를 보인다. 실제 배우 모습 위로 입힌 특수효과로 재현된 알리타 모습은 분명 감탄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재작년 인공지능 발달로 앞으로 사라질 직업과 남아있을 직업이 발표되었을 때, 그중에서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 중에는 ‘배우’도 있었다. <알리타>를 보고 난 지금 기술이 배우를 대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점은 다분히 영화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지, 영화적으로 <알리타> 특수효과 기술이 관객에게 주는 감흥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 같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 모습에 익숙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다음 영화)

인간 형상을 하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준 놀라움과 공포는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우리는 보아왔다.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A.I.>, <아이로봇> 등의 영화에서 휴머노이드의 모습은 비록 특수 효과 기술면에서는 지금보다 낮아도, 그 충격과 공포는 관객들이 이미 경험하였다. 따라서 <알리타>는 앞서 언급한 선배 영화 대비 기술적 완성도 이외의 영화적으로 어떤 새로운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기술 내지는 서사 또는 캐릭터에 새로움의 제시는 앞으로 나올 SF 영화,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가 가진 숙제이기도 하다.

 

PS. 출연 배우 중 흑인, 아시아인 등 인종의 다양성을 갖췄지만 대사를 그런 식으로 주면 어쩌란 말인가. 특히 이도 조수로 나온 흑인 여성은 거의 꼭두각시 같다. 몇 번 등장하나 대사는 딱 한번이다. 정황상 이도가 아빠 역할이라면 그녀가 엄마 역할인데  알리타와의 대화 씬은 없다. 이건 대놓고 한 인종차별과 별반 다를게 없다.